수출액은 22.1%↓…채산성도 떨어져 업계에 악영향
글로벌 경기 침체 및 내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량이 2년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 금액은 단가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줄었고 채산성도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2억 2850만 배럴로 집계됐다.
수출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 상반기 약 1억 9600만 배럴로 급감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글로벌 이동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2년 연속 늘었다. 석유화학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수요 위축과 일부 정유사의 정기보수 등에도 불구하고 수출 확대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유업계의 노력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같은 기간 수출액은 국제유가 약세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으로 22.1% 줄어든 218억 1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단가에서 원유 도입단가를 뺀 수출 채산성도 글로벌 정제마진 악화로 52% 가량 감소한 배럴당 11.4 달러에 그쳐 정유업계 상반기 경영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석유제품 중 최다 수출 품목은 경유로 전체 물량의 41%를 차지했고 휘발유 20%, 항공유 19%, 나프타 8.0%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공유의 경우 최근 글로벌 여객수요 증가로 수출이 20.6% 늘었다. 나프타는 중국·일본 수출 확대 영향으로 41% 늘어나며, 석유 제품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국가별 수출 순위는 호주(18.2%), 싱가포르(11.8%), 중국(11.2%), 일본(10.1%), 미국(9.6%)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부터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호주는 올 상반기에도 항공유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수출 물량이 25.6% 늘어나며 주요 수출국 중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실제 호주의 올 1분기 항공유 수요는 67% 증가했다. 연말까지 항공 수요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
대미 휘발유 수출량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95% 증가한 525만 배럴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산 휘발유의 유럽 수출이 늘어난데다 미국 휘발유 재고가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하절기 드라이빙 시즌으로 휘발유 소비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국에 대한 석유제품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 OPEC+의 감산 정책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한 대외 여건으로 인해 증가세 지속을 낙관하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석유협회는 설명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계는 러시아산 저가 원유 수입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인도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세계 각국으로 저변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