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공정에도 품질 2배 높여…국제 학술지 게재
국내 연구진이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없는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을 단순 공정으로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공정 과정과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이고 결과물의 품질은 2배 이상 높였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차세대전지연구센터 박준우 박사와 성정환 연구원(UST KERI 캠퍼스 학생 연구원)이 ‘고체전해질(황화물계) 입도 제어 및 습식 합성 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낮은 고체로 대체한 것이다. 전기연구원에 따르면 고체전해질이 전고체전지, 특히 양극에 활용되려면 입자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매우 작아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외 많은 연구진이 다양한 방법으로 제조했던 고체전해질은 입자가 커 기계적인 분쇄 등 별도의 공정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적·물리적 비용 소모가 드는 것은 물론 분쇄로 인한 고체전해질의 성능 저하는 상용화를 막는 큰 걸림돌이었다.
전기연구원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황화리튬 등 미세한 원재료를 도입하고 각각의 물질이 화학 반응으로 발생시키는 ‘핵 생성’ 속도를 제어해 최종 생성물의 입도를 크게 줄이는 방법을 활용했다. 복잡한 과정 없이 간단한 습식 합성 공정만으로 미세한 고체전해질을 제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결과물의 이온 전도도는 고에너지 볼밀링을 통한 ‘건식 합성’ 및 분쇄 등 기존 고체전해질 공정보다 2배 이상(2mS/㎝→4.98mS/㎝) 높았다. 관련 연구 성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에너지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스(Energy Storage Materials)’의 3월호 논문으로 게재됐다. 학술지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JCR Impact Factor’는 20.4로 해당 분야 상위 5.2%에 속한다.
박준우 박사는 “원재료의 적절한 선택과 화학 반응의 확실한 제어로 탄생한 연구원만의 단순 공정으로 고체전해질을 미세화하기 위해 진행됐던 복잡하고 비싼 공정을 건너뛸 수 있게 됐다”며 “매우 간단해진 공정에도 고체전해질의 품질은 훨씬 뛰어나 양산화·상용화를 위한 기업 접근성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의 특허 출원 등을 다수 완료한 전기연구원은 관련 기술이 전고체전지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고 수요 기업을 발굴해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특수 습식합성법(특허받은 특수 첨가제를 통해 10분의 1 수준의 저렴한 원료(출발물질)로도 고체전해질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과 연계해 고품질의 고체전해질을 저렴하고 대량으로 제조하는 전문 기술 시장을 선도한다는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