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첫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서 산업 부문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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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첫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서 산업 부문 부담↓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3.03.2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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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공개
文 정부 수립 2030 NDC比 감축량 810만t 완화
전환 감축량 44.4%→45.9%…원전·신재생 비중↑
에너지·환경단체 “기후위기 대응 포기 선언” 반발

윤석열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2021년 10월 발표했던 2030 NDC와 비교하면 산업 부문은 감축량을 3.1% 줄이고 전환 부문은 감축량을 1.5% 올려 잡았다. 다만, 전체 배출량 합계 40% 감축 목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와 환경부는 지난 21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 정부안을 발표하고 세부 이행 방안을 공개했다. 온실가스 감축 관련 윤석열 정부의 첫 로드맵이다.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지난해 3월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최초로 수립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탄녹위에 따르면 이번 정부안은 지난해 8월부터 국책연구기관 소속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술 작업반의 총 80회에 걸친 회의 및 연구·분석을 토대로 환경부와 산업부, 국토부, 과기부, 기재부 등 20개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마련됐다. 11월부터는 철강과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중소·중견기업 등 주요 배출업종 관계자를 비롯해 학계, 협단체,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총 20회에 이르는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탄녹위와 환경부는 이번에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2030 NDC에서 제시했던 40%(7억 2760만t-4억 3660만t) 감축 계획은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인 만큼 그대로 이어가되 당시 발표한 부문별 감축 방안 가운데, 산업·전환·수소 등 3개 부문에 대해 조정 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부문별 감축 계획을 보면 먼저 산업 부문은 2030년까지 배출량 목표를 2억 3070만t으로 잡으면서 2018년 2억 6050만t 대비 11.4% 줄이기로 했다. 14.5%를 감축해 2억 2260만t을 제시했던 기존 2030 NDC보다 3.1% 낮추면서 산업계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원료 수급 및 기술 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해 감축량을 810만t 낮췄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 부문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과 협업을 통한 기술 확보 및 저탄소 구조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감축 기술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혁신펀드 조성, 보조·융자를 늘리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배출효율기준 할당 비중을 2021년 65%에서 2030년 75%까지 확대하는 등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인 감축 활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 부문 감축량이 3.1% 낮아진 반면 전환(에너지) 부문은 오히려 1.5% 늘었다. 정부는 2030년 전환 부문 배출량을 2018년 2억 6960만t 대비 1억 2370만t 줄어든 1억 4590만t으로 제시했다. 기존 2030 NDC는 1억 1970만t을 감축한 1억 4990만t을 목표로 했었다.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통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와 태양광·수소 등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통해 400만t을 추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탄녹위 관계자는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은 32.4%,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6%+α로 올린다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반영했다”며 “제11차 전기본 수립 때도 이들 발전 비중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수소 부문은 2030년까지 배출량이 760만t에서 840만t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만든 수소인 블루수소가 증가할 것을 고려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수소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수전해 기반 그린수소 등 핵심기술 실증과 수소액화플랜트, 수소배관망 등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한편 내연차·선박·트램·드론 등 수소 모빌리티를 다양화하고 수소 클러스터, 수소 도시 지정 등 수소의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건물(32.8%)과 수송(37.8%), 농축수산(27.1%), 폐기물(46.8%), 탈루 등(3.9%) 5개 부문 배출량 감축 목표는 기존 2030 NDC와 같다.

정부는 건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신축 공공 건물의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를 확대하고 민간 노후 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건물 성능 정보 공개를 확대해 건물 효율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수송 부문은 육·해·공 모빌리티 전반의 친환경화를 꾀한다. 전기·수소차 보급 확산과 디젤열차의 전기열차 전환, 무탄소(e메탄올 등) 선박 핵심기술 확보 등 이동 수단의 저탄소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내연차의 온실가스·연비 기준을 강화하고 수요 응답형 교통(DRT) 확대 등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농·축·수산업은 저탄소 구조 전환을 위해 속도를 낸다. 농업은 스마트팜 확산, 저탄소 생산기술 및 농기계·시설 개발·보급하고 축산업은 저메탄사료 개발과 가축분뇨 활용 확대를 추진한다. 수산업은 LPG·하이브리드 어선 개발 및 양식·수산가공업 저탄소·스마트화에 나선다.

폐기물 부문은 경제·사회 전 부문에서의 자원순환 고리를 완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원효율등급제 도입, 일회용품 감량 등으로 생산·소비과정의 폐기물을 원천 감량하고 공동주택 재활용 폐기물을 지자체가 직접 수거하는 공공책임수거 도입과 태양광 폐패널, 전기차 폐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재활용 확대를 추진한다.

온실가스 흡수·제거하는 방법 중 하나인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부문은 국내 탄소저장소 확대를 반영해 흡수 목표가 기존 1030만t에서 1120만t으로 높아졌다. 정부는 CCUS 산업, 안전, 인증기준 등을 포함한 단일법을 제정하고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CCS 실증과 추가 저장소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CCU 원천 기술개발부터 실증·사업화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감축의 보조 수단 역할을 할 국제 감축 목표치는 3350만t에서 3750만t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국제 감축 사업의 승인, 취득, 실적관리 등 이행 기반을 마련하고 베트남, 몽골 등 중점협력국과 산업·국토·교통 등 부문별 사업을 발굴·추진함과 동시에 협정 체결 대상국을 확대해 국제 감축 저변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경제·사회 전 분야 및 각계각층 모두가 조화롭게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후적응 △녹색성장 △정의로운 전환 △지역주도 △인력양성 및 인식제고 △국제협령 등 6대 분야 45개 정책과제도 제시했다.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책과제가 효과적으로 추진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2027년까지 약 89조 9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탄소중립 산업 핵심기술 개발(산업 부문), 제로에너지·그린리모델링(건물 부문), 전기차·수소차 차량 보조금 지원(수송 부문) 등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5년간 54조 6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후적응 분야에는 19조 4000억원, 녹색산업 성장에는 6조 5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번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다양한 사회 계층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보완 작업을 거친 뒤 탄녹위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내달 최종안이 확정·발표될 예정이다. 탄녹위 관계자는 “기본계획은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인 만큼 정부는 각 분야별로 세부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추진함으로써 기본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조정 내용.(자료=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조정 내용.(자료=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후위기 대응 앞으로 10년 중요한데…정부 계획 엉터리·졸속적”

이번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과 관련, 정부는 국제사회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준수하고자 경제·사회 여건과 실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와 수단 등 합리적 이행 방안을 담았다고 밝혔지만 에너지·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에너지정의행동은 21일 ‘기후 시한폭탄을 멈출 중요한 10년, 엉터리 계획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이번 기본계획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산업계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다른 위험을 모두 몰아준 계획”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18기의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등의 계획은 핵발전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의 대응 방법이 될 수 없다. 특히 지역 주민들은 핵발전으로 인한 고통을 계속해서 떠안아야 한다는 이유로 신한울 3·4호기 건설과 수명연장 등에 강하게 반대해왔는데, 이런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더러 더 빠른 퇴출이 필요한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별도의 계획조차 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축 목표가 대폭 증가한 해외 감축과 CCUS는 사실상 아직 기술 개발이나 국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가진 무책임한 감축 방법이다. 발표된 연도별 감축목표를 살펴봐도 2029년과 2030년 사이에만 9290만t을 줄이겠다며 전체 감축량 중 37%를 할당했는데, 이는 코로나19 당시보다 더 많은 감축 비중으로 감축 책임을 불확실한 미래에 떠넘기는 계획”이라고 날을 세웠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어 “정부의 기본계획은 기후 시한폭탄을 막을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똑딱이는 시한폭탄 앞에서 언제까지 산업계 봐주기, 미래 떠넘기기만 하는 모습만 보여줄 것”이냐면서 “잘못된 기본계획을 철회하고 책임을 다하는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기본계획에 대해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가 20일 발표한 6차 종합보고서에서 1.5도 탄소예산으로 5000억t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향후 10년의 행동이 기후위기 대응에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강조했지만 이번 기본계획안은 이런 과학의 경고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한 채 10년의 결정적 시간을 허비하게 될 졸속적인 계획”이라고 탄식했다.

산업계의 감축 책임이 14.5%에서 11.4%로 후퇴된 것과 관련해선 “기존 NDC에서도 감축률이 가장 적었던 부문의 목표가 또 다시 축소됐다는 것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산업계의 민원 챙기기에 충실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국가 배출량의 54%(전략사용량 포함)에 달한다. 이런 산업계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아닌 온갖 지원책들만 가득한 것은 결국 이 기본계획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또 “기본계획은 화석연료에 대한 확실한 감축계획과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위험한 핵발전 확대만을 내세우고 있다. 기본계획안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1.6%+@로 기존 NDC보다 후퇴했던 10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진전된 점은 사실상 없다”며 “IPCC 6차 보고서가 핵발전이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나 비용 면에서 재생에너지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옵션이라고 함에도 기-승-전-핵발전 확대 정책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정책임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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