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흐름 속 에너지전환 거스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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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흐름 속 에너지전환 거스를 수 없어”
  • 윤우식 기자
  • 승인 2021.12.1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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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協 개최 전력정책포럼서 전문가들 한 목소리
임춘택 원장 “국토 2%면 태양광 400GW 보급”
실증 안 된 ‘SMR’ 소형·분산화로 경제성 낮아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이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탈탄소 기반의 에너지전환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실체가 있는 후속 계획들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3일 대한전기협회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 전경련회관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확정·발표 후 1년여가 지난 시점을 맞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2021 제8차 전력정책 포럼'을 통해서다.

이날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원장은 “세계적으로 석탄과 원자력, 유류 발전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는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새롭게 설치된 발전설비 중 재생에너지가 72%를 차지했다”면서 “2016년 이전에는 풍력발전 보급률이 더 높았으나 이후에는 태양광발전이 더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높아진 반면 원전은 하락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비용 추이를 보면 태양광은 2009년 MWh당 359달러에서 지난해 37달러로 90%, 풍력발전은 MWh당 135달러에서 40달러로 70%가 낮아졌으나 원전은 같은 기간 MWh당 123달러에서 163달러로 33% 올랐다는 설명이다.

임 원장은 이어 “한국도 글로벌 변화를 외면하지 말고 흐름에 따라야 한다”면서 “탄소중립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부지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400GW, 풍력 100GW라고 언급하면서 태양광 효율을 18%로 기준으로 했을 때 도심 부지 1%로 100GW, 농어촌 부지 3%로 300GW를 설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효율이 36%까지 올라간다면 도심 1% 부지로 200GW, 농어촌 1% 부지로 200GW 보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3일 전기협회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올해 제8차 전력정책 포럼에서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13일 전기협회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올해 제8차 전력정책 포럼에서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박호정 고려대학교 교수와 박민혁 한전 전력연구원 기초전력연구센터장,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이 참여해 탄소중립 관련 정책 및 추진 전략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탄소중립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국가 예산 투입과 함께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탄소중립 R&D 예타 절차 및 민간부담 비율을 최소화하고 탄소중립 사업재편 기업 지원을 위한 기업활력법 개정, 탄소중립기술의 국가전력기술 지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와 관련해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고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차세대 기술개발 및 지원, 기업의 RE100 참여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민혁 전력연구원 기초전력연구센터장은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국민 및 기업과의 합의 도출과 함께 예상 비용부담에 대한 인식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며 “정책이 혁신을 장려하고 혁신이 감축 기술을 만들고 그 기술들이 시장에서 구현되는 에너지시스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또 온실가스 감축기술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에 주목하고 저장 공간 확보와 포집 및 이용기술 다변화 등의 과제가 있으므로 당장의 시장성 보다는 한계돌파형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호정 고려대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큰 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졌고 이제는 세부적인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NDC 목표 상향 조정 이후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여러 제도를 정비하고 정합성을 갖춰 나가야 한다”며 “내년부터 에너지기본계획, 신재생기본계획, 배출권활당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이 수정되고 여기에 맞춰 전력시장 구조조정, 전력요금제 개편, 송전망 이용요금 개편, 석탄발전상한제 등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연료비 연동제 일부 반영을 통해 전기요금이 오르자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면서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많지만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한 발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사회가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야당과 친원전론자들 사이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최선의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선 쓴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나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전은 경제성 없는 발전원이다. 웨스팅하우스와 아레바의 파산을 보고도 원전이 경제성 있는 발전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비양심적”이라며 “탄소중립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글로벌 금융기관의 자금 흐름에 원전은 없다”고 꼬집었다.

임춘택 에경연 원장은 모든 청정기술이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SMR을 가리켜 “원전은 소형에서 대형화되면서 경제성이 좋아졌다. 그런데 다시 소형으로 돌아간다면 경제성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임 원장은 핵융합로에 대해서도 2050년 상용화가 어렵고 경제성도 떨어져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SMR은 아직 실증조차 구현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국내에 건설하려는 SMR이 1기당 70MW인데, 20기를 지어야 1400MW 대형 원전 1기와 동일한 용량이다. 국민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전기협회와 한국환경연구원, 기후변화센터,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20일까지 약 3주 동안 일반 국민과 전문가 집단을 나눠 실시한 ‘탄소중립 인식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 일반 국민과 전문가 모두 탄소중립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 했다. 일반 국민 82.9%, 전문가 86%는 “탄소중립은 어렵지만,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어렵지만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탄소중립 달성 과정의 바람직한 경로에 대한 물음에는 입장차를 나타냈다. 일반 국민 47.1%가 시기별 차이 없이 꾸준히 동일한 감축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 반면 전문가 60%는 초기보다는 중·후기에 감축을 집중·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로 선택 기준으로는 공통적으로 △국내 여건 고려 △기후위기 대응 시급성 △국내 정책 도입 단계 고려 순으로 조사됐다.

일반 국민들은 기후·에너지 관련 정책과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책 실현 과정에서 탄소세, 전기요금, 세금 등 ‘추가 비용 발생’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수용 가능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일반 국민의 다수(54.3%)는 0~5000원 이하, 전문가 다수(41%)는 1만 5000원 초과로 응답해 요금 인상 수용 폭에 대해 두 그룹 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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